훈민정음을 아세요?(양구서예학원 원장)
김필여 | 조회 767
훈민정음을 아세요?
김필여(양구서예학원 원장)
요즘 아이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는 일은 매우 다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얀 화선지에 먹을 갈아 먹물을 적신 붓으로 한 획 한 획 긋는 옛 서당 분위기는 아이들의 흥미를 오래도록 끌어 낼 수 없다. 한자서예로 시작하여 사군자 캘리그래피 그리고 소품 만들기 까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시도해야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한글 서예도 필수중의 필수다. 아이들은 서예에 관하여 확실한 호불호가 있는듯하다. 서예를 좋아하는 학생, 서예를 왜 쓰는 거지? 라고 반문하는 학생. 그중에 서예를 좋아하는 학생 중 한문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 한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 이렇게 크게 나눌 수 있다. 한문서예를 쓰면 한문도 많이 알 수 있을 뿐더러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한자를 써내려가는 것은 아이들도 어른들도 뿌듯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글 서예는 감명 받은 문장을 골라 익숙한 획들을 한자 한자 바르게 쓸 때마다 아이들의 서예 만족도는 커져간다. 그래서 아이들과 서예 공부하는 일은 깊이도 깊이지만 다양하게 연구하여 많이 접하게 해야 하는 그런 어려움 아닌 어려움이 있다.
어느 날 한글서예를 하는 시간에 살짝 가벼운 마음으로 용비어천가를 체본으로 준비하여 수업을 시작했다. 불휘 기픈 남간 바라매... 의심 없이 읽어 내려가던 글이 유난히 낯설었다. 분명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하는 순간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ㅎ‘에 점하나가 없어요. ’ㅇ’이 두개나 붙어있어요. 등등 획에만 신경 써서 썼던 나는 왜 의심이 없었을까. 그냥 항상 보았고 넘어갔고 다 안다고 생각했던 내가 한심스러웠다. 서울에서 오래생활한 사람이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은 처음 본다는 말에 그럴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었다. 딱 지금 내 입장이 그런 것 같았다. 외국사람이 나에게 ‘ㅂㄷ‘이 붙어있는데 어떻게 읽는지 물어보면 뭐라 말할 것인가. 미국사람들도 영어단어 스펠링을 틀린다는 말에 놀랐던 내가 떠오른다. 당장 훈민정음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한글의 우수성 뭐 그런 건 알겠는데 어떻게? 어떤게? 다시 걸음마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이곳저곳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공부하는데 꽤 재미있었다. 그중 신기했던 하나는 안 쓰게 된 반시옷이나 순경음 여린히읗 등을 살려서 영어발음이나 태국어 그리고 러시아어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발음은 가능하나 글로 표현할 수 없었던 발음을 쓰고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옛 선인들이 다시금 존경스러웠다.
왜 지금은 다시 꺼내어 쓰지 않을까. 혹자는 언어는 줄어들면 줄어들었지 늘어나지는 않을 거라고 한다. 하긴 지금 쓰는 간단한 말도 더 줄여서 앞 글자만 따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그것 또한 공부를 해야만 대화에 낄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
팝송을 배울 때 한번 씩은 단어 밑에 영어 발음을 한글로 적어놓고 공부할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때 마다 꼭 발음대로 표현할 수 없는 단어가 꼭 있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하면 이 훌륭한 발음표현 문자가 있는데 왜 안 쓰는 것일까. 지금이라도 하나씩 천천히 넣어 교육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 가능성을 본건 자료 조사와 공부를 급하게 하고 아이들에게 세종대왕님의 이야기와 훈민정음 해례본과 언해본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발음도 이야기해주니 어느 때보다도 흥미 있어 했다. 어려서부터 영어공부를 하고 일본어, 중국어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한글로 발음을 쓸 수 없었던 옛글자를 알려주니 어찌나 좋아하고 신기해하는지 더 추가해서 공부 시키는 건 싫어하겠지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누군가 훈민정음 한글의 우수성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해올 때 세종대왕님께서 불쌍한 백성을 위해서 만드신 우리 고유의 과학적인 언어라는 알 듯 모를 듯한 설명 말고 자신 있게 내가 감명 받았던 부분을 시작으로 이전보다는 조금 길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나 그렇고 일반 사람들이 쉽지만 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동기가 될 만한 것들은 쉽게 볼 수 없다. 이런 현실을 알고 나니 답답함이 머리 한구석에 자리 잡는다. 어떤 방법이 없을까.
한류가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 현상을 이용하면 좋을까? 한국을 궁금해 하고 여행하는 외국인을 위해 관광산업과 연결 하는 건 어떨까.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연구해야하는 과제 인 것 같다.